<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45)연금 갚는 한씨 할머니

줬다 뺏은 연금 ‘어르신 농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마흔다섯 번째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연금 환수’라는 날벼락을 맞은 한씨 할머니입니다.

지난달 18일 오후 1시경 서울 서초역 부근서 만난 한씨 할머니는 일을 막 마친 참이었다. 올해로 68세인 한씨 할머니는 평일 오전 아파트 청소 일을 한다. 주 5일 꼬박 일해서 버는 돈은 100만원 남짓. 한씨 할머니는 그 돈으로 남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남편 김씨 할아버지(72)는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13년째 투병 중이다. 거동을 할 수 없어 한씨 할머니가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야 한다.

연금법 개정 불똥

노부부는 청소 일로 버는 돈과 정부에서 나오던 장애인연금, 기초노령연금 등으로 생활했다. 2013년까지는 사촌들과의 동업으로 생활을 유지했지만 풍파를 겪으며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소득이 줄어든 이후 정부서 나온 연금은 생활에 큰 보탬이 됐다고 한다.

노부부가 연금을 받은 시기는 2013년 5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한씨 할머니는 “넉넉하진 않았지만 제가 버는 돈하고 연금하고 해서 자식들한테 신세 안 지고 아저씨(남편)와 그럭저럭 살 만했어요”라고 말했다.

상황이 바뀐 건 2015년 12월쯤. 한씨 할머니는 서초구청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2014년 7월 이후 지급받은 연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노부부가 다시 정부에 내야할 돈은 기초연금 307만원, 장애인연금 93만원 등 400만원에 달했다.

서초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장애인연금의 경우 한씨 할머니가 대상자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를 토해내야 했다.

“눈앞이 깜깜하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처음에는 울기도 엄청 울었어요.”

한씨 할머니에게 떨어진 날벼락의 원인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7월 기초연금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바뀌었다. 그 과정서 직역연금 수급권자는 기초연금 자격이 중지되거나 지급액이 50% 줄었다. 중복 지급 논란 때문이었다.

직역연금은 특정직업 또는 자격에 의해 연금수급권이 주어지는 연금으로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등이다. 한씨 할머니의 경우 남편인 김씨 할아버지가 공무원으로 27년간 근무했고 2000년경 퇴직한 직역연금 수급권자였다. 당시 김씨 할아버지는 퇴직금을 연금 형태가 아닌 일시불로 받았다.

퇴직연금 일시금 수령자와 그 배우자는 기초연금 수급대상서 제외된다. 장애인연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초연금은 특례 적용 수급자라고 해서 1949년 6월30일 이전 출생자에 한해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른 기초노령연금 수급권자가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경우 기준연금액의 50%를 받을 수 있다.

올해 기준으로 부부가구 선정기준액은 160만원이다. 1945년생인 남편 김씨 할아버지가 여기에 해당된다. 1949년 9월생인 한씨 할머니는 기준대로라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연금이 한 푼도 없다.


그런데 한씨 할머니는 원래는 지급되지 않았어야 할 돈이 100%, 김씨 할아버지는 지급돼야 할 돈에서 50%가 더 들어온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게 과다지급 된 게 400만원이다. 게다가 기초연금 환수는 전액 일시 납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연금, 기초노령연금으로 생활
어느날 400만원 환수 통보 ‘날벼락’

연금까지 나오지 않아 빠듯한 생활을 이어가는 한씨 할머니로서는 이 돈이 ‘큰 빚’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한씨 할머니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거나 마찬가진데 400만원을 어떻게 한 번에 낼 수 있겠나”면서 “도저히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고 했더니 구청 측에서 조금씩 나눠서 내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환수는 납부의무자의 생활 실태나 가구 여건, 수급자의 수급권 유무 등을 고려해 분할납부, 상계처리 등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씨 할머니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1월까지 매달 말일 3만원씩 서초구청 사회복지과에 납부했다. 이 돈은 과다지급 받은 장애인연금을 환급하는 데 쓰인다. 11회를 납부했지만 아직도 20회, 1년8개월 동안 돈을 더 내야 한다.

기초연금의 경우 특례 대상자인 남편 김씨 할아버지에게 지급돼야 할 연금 10만2000원으로 상계 처리하고 있다. 매달 13만2000원씩 환급하고 있는 셈이다. 12월 현재 남은 액수는 165여만원으로 앞으로 1년4개월 정도 더 차감해야 한다. 장애인연금 환급을 포함해 1년8개월가량 연금 환수의 굴레에 갇혀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일이 두 부부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4만7084명의 노인이 기초연금을 더 지급받았다. 이들에게 환수해야 할 금액만 592억원에 달한다. 노인 1인당 평균 126만원가량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 진행된 ‘2015년 복지급여 하반기 확인조사’ 결과 드러났다. 기초연금법 시행 15개월 만에 뒤늦게 확인된 사실에 두 부부를 비롯해 전국 노인들은 연금 환수폭탄을 맞았다.

보건복지부는 “공무원연금공단이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 정보를 잘못 제공했다”고 했다. 반면 공무원연금공단은 “자료가 잘못 나갔다 하더라도 기초연금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서 확인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며 “그런 과정 없이 공단 책임으로만 돌리는 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와 공단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환수 절차를 실제로 담당하는 지자체는 죽어나고 있다.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잘못 지급된 기초연금 환수의 경우 환수대상자 결정부터 환수금 산정 및 환수금 징수 처리는 이를 지급한 지자체가 하도록 규정돼있다.

서초구청 담당자는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환수가 결정됐던 지난해 12월쯤엔 어르신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며 “솔직히 말하면 환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어르신들께 환수 얘기를 꺼내는 게 정말 어렵고 힘들다. 그분들 사정이 어려운 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편의를 봐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5만명 ‘폭탄’

김명연 의원은 “당장 노인들이 생계가 곤란해지고 또 매달 일정 환수 금액을 제하고 반 토막 기초연금을 지급한다 해도 앞으로 2∼3년간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은 뻔한 일”이라며 “정부의 엉터리 기초연금 행정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복지부와 유관기관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씨 할머니는 “하도 답답해 복지부 장관께 편지도 썼지만 법이 바뀌어서 안 된다는 말만 들었다. 앞으로 연금을 안 줘도 좋으니 뺏어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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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