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⑨ 부영 - 국세청 무슨 일이…

세무조사-80억 ‘딜’하려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수 기자 = 풀리지 않던 퍼즐이 맞춰졌다. 부영의 세무조사를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그 말들이 사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한 장짜리 보고서를 보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

재계 순위 13위(공기업 제외)인 부영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에 요원 40∼50명을 사전 예고 없이 투입해 회계 및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조사4국 출격

당시 세무조사는 5년 만이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2011년 부영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인 동광주택을 뒤진 적이 있다. 때문에 회사 측은 “정기조사다. 별일 없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조사를 맡은 부서가 ‘조사4국’이란 점에서 단순 세무조사가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쏠렸다.

재계엔 ‘조사4국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는 얘기가 있다. 시쳇말로 빡세서다. 추징금도 어마어마하다. 수백억원서 수천억원의 세금폭탄이 떨어진다.

대기업 정기 세무조사는 조사1국과 조사2국이 담당한다. 조사3국의 경우 기업의 상속·증여세 및 양도소득세 등 재산세, 자본거래세 분야를 맡고 있다.


‘국세청 중수부’라고 불리는 조사4국은 특별 세무조사를 맡는다. 주로 기업의 비자금, 횡령, 탈세 등 무거운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일정을 통보한 후 시작하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특정 혐의가 인지된 경우에만 조사에 착수한다. 부영 세무조사가 심상치 않은 이유다.

국세청은 공식적으로 “세무조사 중인 기업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부영에 대한 세무조사는) ‘특별하다’란 점만 확인해 줄 수 있다”며 “특정 사안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귀띔했다.
 

재계 한 임원은 “조사4국이 나섰다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추징금이 적지 않는 등 마치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작동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부영 측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세무조사라니 모르겠다.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해당 부서 등에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한 뒤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와 달리 세무당국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달랐다. 돌아가는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 국세청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업계 일각에선 부영그룹을 덮친 ‘세풍’을 두고 ‘괘씸죄’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K재단 지원 요구에 이 회장 무마 요구
갑자기 덮친 세풍·검풍…괘씸죄 때문?

그로부터 4개월 뒤, 예상은 적중했다. 안일하게 대응했던 그룹 측의 장담과 달리 깜짝 놀랄만한 세무조사 결과가 나온 것.

국세청은 지난 4월 1000억원대에 달하는 세금을 부영에 추징하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부영주택을 수십억원의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36억원의 법인세 포탈 의혹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탈세 담당부서가 아닌 이례적으로 기업수사를 전담하는 특수1부에 배당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사건을 맡은 만큼 검찰 안팎에선 포탈 혐의 외에도 비자금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로부터 다시 7개월 뒤, ‘뭔가 있다’는 추측은 현실이 됐다.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한 장짜리 보고서를 보면 의문이 어느 정도 풀린다.

일부 언론이 입수한 ‘K스포츠재단 회의록’엔 재단 설립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세무조사를 받던 이 회장이 만나 ‘딜’을 하려던 정황이 담겨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 2월2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다. 당시는 부영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한창일 때다.

이 자리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해 K스포츠재단 정현식 사무총장과 박헌영 과장, 그리고 이 회장, 김시병 부영주택 사장 등 총 5명이 참석했다. 재단 관계자들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지시를 받고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수석과 정 사무총장은 포스코 스포츠단 창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아프리카)시 축구공 지원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고선 회의록엔 이 회장이 등장한다. 재단 측과 서로 맞거래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재단은 70억∼80억원의 지원을 요구했고, 그 대가로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를 내세웠다.

안 전 수석과 함께 나온 정 전 사무총장은 먼저 부영에 “5대 거점 지역(체육인재 육성사업) 중 우선 1개(하남) 거점 시설 건립과 운영에 대해 지원을 부탁드린다. 1개 거점에 대략 70억∼80억원 정도 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건설회사라고 해서 본인들(부영)이 시설을 건립하시라는 것은 아니고 재정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부영은 이미 3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낸 상태였다. “최선을 다해서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재 저희가 다소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세무조사 편의를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이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재단 측은 회의 내용을 최씨에게 보고했으나 ‘조건을 붙여서 한다면 놔두라’는 최씨 지시로 부영의 기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빙산의 일각 아니겠냐. 최씨가 SK와 롯데 등에 수사 약점을 빌미로 70억∼80억원을 뜯으려 한 데 이어 세무조사까지 동원한 증거”라며 “특수부로 배당된 검찰수사도 지원금을 내지 않아 괘씸죄에 걸린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검찰로

국세청이 고발한 부영 건은 지금 검찰이 수사 중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수사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도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 상황. 여기에 재단 비리 관련 수사까지 덮쳤다. 부영은 어떻게 될까.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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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