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개헌카드> 잠룡들 손익계산서

계산기 두드리기 바쁘다 바빠∼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다. 참여정부 시절 개헌론을 ‘블랙홀’이라 혹평했던 그가 임기 말 개헌을 들고 나와 그 의도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또 다시 달아오른 개헌론에 여야 잠룡들의 속셈도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2017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개헌을 천명했다.

개헌 반대 왜?

새누리당, 특히 친박계에선 반기문 총장을 염두에 둔 개헌 요구를 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 개헌으로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를 구성해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는 게 새누리당의 청사진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도 새누리당의 청사진과 궤를 같이 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대중적 지지도와 외교에 강점이 있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친박 진영의 총리를 내세워 내치와 외치를 장악한다는 복안이다.

새누리당과 정부의 속셈을 알아차린 듯 야권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는 “눈덩이처럼 터져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순실 개헌’이자 정권교체를 회피하려는 정권연장 음모로부터 나온 개헌”이라며 개헌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개헌카드를 국면전환용 전략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한 연설발표 20분 전 국회의장실서 환담을 나눈 여야 대표에게 언질도 없이 기습 발표한 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반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개헌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라며 “누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개헌은 그야말로 국가적 아젠다”라고 말해 박 대통령 입장에 동조했다.

이 와중에 개헌을 바라보는 여야 잠룡들의 속셈은 엇갈리고 있다. 개헌은 권력구조의 개편을 의미한다. 만약 개헌이 된다면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사실상 종식돼 대한민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더민주의 유력 대권주자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 개헌파가 뭉칠 계기를 제공하고 개헌 방식을 둘러싼 야권 내분을 은연 중에 조장해 친문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박 대통령을 질타했다.

문 전 대표는 정부 주도의 개헌 추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서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눈 감고 개헌을 반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를 강조하면서도 책임총리제를 통한 권력 분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4년 중임제는 5년 단임제의 폐해 시정에 초점이 맞춰진 제도다. 대통령의 권력이 최대 8년까지 늘어나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고 조기 레임덕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현 제도에 3년의 권력을 얹혀 주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로 유력 대권주자들이 선호하는 제도로 과거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과 문 전 대표가 내세운 공약이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개헌론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강력한 권력을 쥘 수 있는 현재의 판을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도 비슷한 자세를 취했다. 안 전 대표는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 “아마도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에 대한 논의들이 전개될 텐데 합의까지 이를 수 있을지, 합의 못하면 국회에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며 “양당 체제에 극도로 유리한 선거 체제는 그대로 두고 개헌을 하는 건 양당이 나눠먹자는 것과 같다”고 말해 선거구제 개편 없는 분권형 개헌 논의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내각제냐 중임제냐…냉담한 주자들
“의도 불순하다” 동조했다간 낭패?

야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분권형 개헌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9월 관훈클럽 토론회서 박 시장은 “개헌은 국민의 관점에서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그 중의 하나가 자치와 분권”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충청대망론의 기수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지방분권형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안 지사는 “현재와 같은 권력집중형 구조로는 승자독식 현상서 벗어날 수 없다”며 “지자체장에게 폭넓은 결정권을 보장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렇듯 박 시장과 안 지사는 중앙에 집중된 현재 권력을 최대한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이들은 지자체장들과 힘을 합쳐 지방분권형 개헌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다.

대체적으로 여권 잠룡들은 개헌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이 정권이 출범한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날”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김 전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지분을 갖고 정국 영향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원내각제는 의회가 권력의 중심이 되고 자유로운 이합집산이 가능해 연립정부로 수시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소수당서 총리를 흔들게 되면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권에 불고 있는 개헌론에는 찬성 입장이다. 그는 지난 24일 “권력구조 개편은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며 “대선과 총선 시기가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대통령 임기 정중간에 총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새누리당 친박계가 주장하는 이원집정부제와 김무성 전 대표가 선호하는 내각제에 대해서는 현 3당 체제의 의석분포가 정국 불안정의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담보하는 데 적절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의도

박 대통령이 임기말에 개헌론을 꺼내든 데에 대해 더민주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늘리기 위해 이걸 했다고 하는 건 지나치다고 본다”며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그대로 소위 친박들이 유지해 자신의 훗날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절차는?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국회는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며, 국회 의결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회가 의결한 뒤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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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