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상' 태영호 귀순 후폭풍

‘김정은 정보’ 들고 넘어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지난달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 태 공사는 부대사로도 불리는 등 주영대사관의 2인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최고위층이 느끼는 동요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16일, 북한의 태영호 주영 공사가 제3국 망명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방송에 따르면 주영 북한대사의 부관인 태 공사가 가족과 함께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해왔고, 아내 등과 함께 대사관이 있는 런던 서부서 몇 주 전에 자취를 감췄다. BBC방송은 태 공사가 북한의 이미지를 영국인들에게 홍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미지 선전
가신의 배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가 외부서 오해를 받고 잘못 보도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고도 했다. 태 공사는 한 연설에서 영국인들이 지배계층에 세뇌됐다고 주장했다가 관중의 비웃음을 샀다고 전했다. BBC 방송은 태 공사가 북한을 변호해야 하는 입장이었음에도 그 직무에서 마음이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간 직후인 지난 17일 통일부는 “최근 영국 주재 태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의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에서 “이들은 현재 보호 하에 있으며 유관기관은 통상적 절차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대변인은 “태 공사가 탈북 동기를 ‘김증은 체제에 대한 염증,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 공사는 서유럽 사정에 정통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평가받는다. 2001년 6월 벨기에 브뤼셀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 때 대표단 단장으로 나서면서 외교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마흔 살이던 그의 북한 내 직책은 서구라파국(외무성 8국)서 EU를 담당하는 과장 겸 구주국장 대리였다. 탈북한 외교관들도 태 공사를 북한 외무성서 손꼽히는 서유럽 전문가로 거론했다. 태 공사는 고등중학교 재학 중 중국으로 건너가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북한체제서 해외 유학을 갈 수 있다는 것은 특권에 가까웠다.

그가 해외 유학을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항일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전령병으로 활동한 태병렬 인민군 대장이 태 공사의 아버지였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의 근무 기간은 통상 3년이지만 태 공사가 주영 북한대사관서 10년 동안 근무한 것은 출신 성분이 좋기 때문”이라며 “태 공사의 아버지는 김일성 전령병으로 활동한 항일 빨치산 1세대 태병렬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와 학업에 함께한 이들이 오진우(1995년 2월 사망) 전 인민무력부장, 허담(1991년 5월 사망) 전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등도 고위간부들의 자녀들이었다.

영국 주재 대사관 공사 가족과 망명
한국 입국해 국정원 요원들이 보호

태 공사는 중국서 돌아온 뒤 5년제 평양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성 8국에 배치됐다. 그는 곧바로 김정일 총비서의 전담통역 후보인 덴마크어 1호 양성통역으로 선발돼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태 공사는 1993년부터 주 덴마크 대사관 서기관으로 활동하다가 1990년대 말 덴마크 주재 북한 대사관이 철수하면서 스웨덴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웨덴 생활은 길지 않았고 태 공사는 곧 귀국해 EU 담당과장을 거쳐 10년 동안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파견됐다.


태 공사의 부인인 오혜선도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1984년 사망)의 일가로 알려졌다. 오씨는 오백룡의 아들인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의 친인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빨치산 가문 부부가 탈북해 한국행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씨는 대외무역, 외자유치, 경제특구 업무를 수행하는 대외경제성에서 영어 통역을 담당하던 요원으로, 홍콩 근무를 거쳐 2년 전 런던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태 공사가 올 여름, 본국 소환을 앞두고 자식의 미래를 위해 탈북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태 공사의 큰 아들은 영국에 거주하면서 현지 한 대학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았으며, 덴마크에서 태어난 작은 아들은 막 고교를 졸업한 19세로 임피리얼 칼리지 진학을 앞두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 공사를 알고 지낸 BBC 방송의 스티브에번스 서울·평양 특파원은 지난 16일 ‘내친구 탈북자’란 글에서 “태영호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런던 서부 액턴의 인도 식당서 커리를 먹고 있었다”며 그에 대한 기억을 소개했다. 당뇨병 위험이 있어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하라는 의사의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혁명집안 출신
서유럽 전문가

에번스 특파원은 태 공사가 말쑥하고 보수적이며 전형적인 영국 중산계층으로 보였다고 했다. 태 공사는 테니스 클럽의 신규 회원 모집 광고를 보고 가입해 열심히 활동했다고 한다. 원래는 골프를 좋아했는데 아내가 “골프와 나 중 택일하라” “골프채를 놓지 않으면 평양으로 가겠다”고 하자 테니스로 종목을 바꿨다고 한다.

최룡해, 오일정 등과 함께 빨치산 2세대인 태 공사의 한국행은 북한 엘리트층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 핵심 엘리트층에서도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 공사는 지금까지 탈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 꼽힌다. 지난 1997년 주 이집트 장승길 북한대사의 경우 한국행을 택하지 않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만큼 그의 탈북 및 귀순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이번 태 공사의 망명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다. 전문가들은 태 공사의 귀순에는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 외교관들의 활동에 제약이 커지고 생활도 궁핍해진 현실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이 가뜩이나 열약한 본국의 경제로 외국생활이 쉽지 않은 가운데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자 더욱 어려움에 빠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은 최고 엘리트 계층으로 거론되는 태 공사의 귀순에 대해 북한 외교관들의 활동이 어려워진 현실이 망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최근의 잇단 제재 강화 이전부터 북한 외교관들의 상황이 넉넉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태 공사는 2013∼2014년 영국의 한 강연서 북한의 해외 공관들이 무일푼 신세로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방식을 포함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다면서 돈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발등 찍힌 김
진짜 열받았다


이 영상에서 태 공사는 본국의 친구들이 자신이 한달에 1200파운드(한화 173만원)로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현실은 침실 2개에 비좁은 부엌이 있는, 대단할 것 없는 아파트라며 영국의 물가에 대한 푸념 섞인 유머를 던졌다.

그는 “대사관에서 차를 몰고 나올 때면 ‘혼잡통행료는 어떻게 하나’ 생각해야 한다”고 씁쓸하게 말하기도 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은 런던 서부의 주택가에 있는 한 주택을 대사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택가에 있는 까닭에 평소에는 대사관임을 알리는 국기를 외부에 게양할 수 없다. 북한 대사관 주재원 다섯 가족은 대사관 건물에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도 태 공사의 귀순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세계 각지의 북한대사관은 북한의 외화벌이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북한 외교관들이 금, 담배, 코뿔소 뿔, 헤로인 등을 밀수하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북한 활동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눈이 많아지면서 북한 외교관들이 밀수 등의 할당량을 채우기 어렵게 됐다.

<뉴욕타임스> 역시 국제사회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갈수록 북한 외교관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지자 이들이 북한의 압박을 받기보다는 망명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북한 연구자인 크리스토퍼 그린은 <월스트리트저널>에 태 공사 귀순을 두고 “북한 체제가 붕괴 직전이라는 의미일까? 절대 아니다”라며 “다만 체제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북내 대표적인 금수저가…
빨치산 1세대 태병렬 아들


이외에도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어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가장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계층의 이탈은 김정은 체제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앞으로 태 공사처럼 북한 고위 계층의 ‘탈북 도미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결과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균열을 방증하기도 한다.

태 공사는 북한 내 최고위층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로 망명한 북한의 최고위급 외교관이다. 김정은과 북한 권력층 내부와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갖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 태 공사는 지난해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 당시 현장을 찾은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가 김정은 일가와 관련한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들었을 가능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빨치산 가문 부부가 탈북해 한국행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진 만큼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북한 내 이너서클 관련 정보가 나올지 주목된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로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인 황장엽(2010년 작고)씨도 지난 1997년 망명 이후 각종 저술 활동과 강연 등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 바 있다.

태 공사가 고위 인사인 데다 핵심정보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가정보원 산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조사 후 탈북자 사회정착시설인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회로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북 체제 불안
도미노 탈출?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은 보통 유관기관의 탈북 경위 조사를 받은 이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게 되지만, 국정원장의 신변보호 결정이 내려지면 하나원에 가지 않고 별도의 장소에서 교육 절차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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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