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요양병원' 90대 치매환자 폭행 의혹 전말

정신 온전치 않다고…“용서 못 해”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요양병원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인들이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있지 못할 곳에 보낸다 해서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도 나온다. 노인들에게 문제가 생겨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가족들의 불안감만 커진다. 자신만큼은 아니어도 부모님을 불편없이 잘 모시고 있을 거라는 바람은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병들고 나이 든 부모를 부양할 수 없어 요양병원으로 보내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치매환자의 경우 혼자 있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보호자가 종일 붙어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치매환자들이 요양병원으로 보내진다. 최근엔 치매환자용 특화병동까지 생기는 추세다. 하지만 수요가 늘어난 만큼 좋지 않은 일들이 요양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치료 없이 방치

지난 6일 전남 보성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치매환자 A(98·여)씨의 몸에서 전치 7주의 골절상과 함께 멍자국이 발견됐다. 환자의 가족들은 병원에서 학대행위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일까지 가족들은 A씨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해당 요양병원에 문병 갔다가 A씨와 같은 방을 쓰는 다른 환자 B씨가 “너희는 자식이 돼서 할머니가 두드려 맞아 아픈 것도 모르고 웃고 있냐”고 다친 부위를 말해줘 A씨의 몸에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치매병동이다 보니 가족들은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러나 B씨가 상처 위치를 정확하게 말하며 A씨의 옷을 들춰 상처를 보여줬고 뚜렷하게 모든 상황을 설명하자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고흥경찰서에 따르면 A씨의 몸에 생긴 상처들은 지난달 26일에 생겼다. 병원은 가족들에게 학대 사실을 알리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가족들은 “요양병원 기록에는 주치의가 지난달 26일에 멍을 발견했고 27일 ‘방사선검사가 필요하다’고 적혀있었다”고 전했다. 병원에서는 A씨가 아프다는 이유로 수면제를 처방했다고 한다.
 


또 의료진 등이 A씨를 폭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멍자국과 골절 원인을 밝혀 달라”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병원에서는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요양사가 A씨의 기저귀를 갈아주기 위해 침대로 옮겼다가 잠시 한눈 파는 사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지 폭행이나 학대는 없었다”고 했다.

전치 7주 골절상·멍자국 발견
가족들 병원서 학대행위 주장

폭행에 대한 가족들의 심증을 가중시키는 일도 있다. A씨의 상처를 확인한 가족이 따지려 하자 한 요양사가 B씨를 데리고 나가며 “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A씨의 증손자 C씨가 SNS에 글을 올리자 병원에서 “잘못했다. 죽을죄를 지었다”며 “한 번만 더 만나달라”는 연락도 왔다.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할머니도 맞아서 손에 멍이 들었다고 한다. 또 C씨는 A씨가 다른 병원으로 옮긴 뒤 진료를 받으며 “맞은 곳이 아프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A씨 가족들은 상처 발견 당시 병원 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한 점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C씨의 말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A씨의 상처에 대해 ‘할머니들끼리 부딪쳐서’‘걸어서 화장실을 가다가 넘어졌다’‘자는 사이 다른 할머니가 밟고 지나갔다’며 서로 다른 해명을 했다. C씨는 “거동도 잘 못하는 할머니들이 어떻게 화장실을 혼자가거나 서로 부딪치고 밟느냐”며 반문했다.

 

이렇다 할 물증이 없기 때문에 정황을 파악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흥경찰서에 따르면 관련자를 상대로 수사 중이며 CCTV 녹화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있다. 해당병원서 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병실 안에 CCTV를 설치하지 않아 경찰의 분석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흥경찰서는 보성군청, 보성경찰서, 노인복지회와 합동 수사를 펼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송치단계가 아니라 그 무엇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요양병원 등 노약자를 보호하는 시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정작 이번 A씨 가족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직장인인 관계로 함께 있지 못해 요양원에 조모를 위탁한 가족들의 피해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어떤 피해자는 요양원에서 조모의 등에 욕창이 났는데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CCTV 설치 의무화


요양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에서도 원생을 학대한 사건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노약자·어린이 보호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위탁시설들이 오히려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시설 내부에 'CCTV 설치'를 의무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하고 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요양시설 노인학대 실태

지난 2015년 전북 남원의 한 요양원에서 80대 치매환자가 폭행을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남원경찰서는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요양보호사 A(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요양원에서 열린 종교행사에서 치매환자 B(82)씨가 예배를 방해하고 자꾸 방 밖으로 나가려하자 이를 제지하면서 생긴 일로 밝혀졌다. CCTV에는 A씨가 B씨와 마주보고 있다가 B씨를 밀쳐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왔다.

이에 요양원에선 사과는커녕 평소 B씨의 치매 증세가 너무 심해 제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변명을 했다. 이렇듯 예방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CTV 설치가 의무화 돼 있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 노인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사례는 지난 2013년 150건이 넘어 2005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일부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학대 사례에도 어린이집 폭행건과 다르게 공개가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자식들의 죄책감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