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부산 민심 앞과 뒤

여당 텃발? 이젠 야도로 밭갈이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부산이 야도(野都)로 변신할 채비를 갖췄다. 부산 시민들은 20대 총선에서 야권에 힘을 실어주면서 26년간 이어진 여권지지세가 균열을 보이고 있다. 부산 경제의 끝없는 추락은 현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져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13 총선서 부산 18개 선거구 중 5곳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19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3당 합당 이래 가장 많은 의석을 야당이 확보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 단 2명에 그쳤다는 점에서 4년 만에 3석이 늘어난 셈이다.

제2의 부마항쟁?

당초 문 전 대표의 사상구 불출마와 조 의원의 더민주 탈당으로 부산에서는 더민주가 18석 전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더민주 당선자 5명 중 4명은 수도권을 떠나 험지인 부산행을 택했다. 예상을 뒤엎고 김영춘, 최인호, 전재수, 박재호 의원이 부산에 깃발을 꽂았다. 이들은 부산에서 지역 밀착형 정치인으로 오랫동안 바닥을 다져온 정치인들로 부산 민심을 얻었다.

특히 김해영 연제구 의원은 30대 후반의 젊은 변호사로 여성가족부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김희정 후보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18석 전석 확보를 노렸던 새누리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개표 상황실에서는 “부산 민심이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총선 직후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시민을 우리편으로 끌어들일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부산시민 편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더 많은 소통과 실천으로 시민 편에 서서 일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더민주 부산시당은 “반드시 부산 발전으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더민주 김영춘 의원은 “4·13 총선 결과를 위대한 부산 시민의 승리”라며 “새누리당 20년 독점체제로 추락할 대로 추락한 부산을 부활시키라는 시민들의 엄중한 요청으로 받아들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 민주화 성지로서 야도 부산이라는 자존심을 회복하는 역사적 쾌거”라고 말했다.

부산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야도(野都)’로 통했다. 호남보다 더욱 야세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정권이 막을 내리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부마항쟁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한 지역구에서 2명씩 뽑는 중선거구제가 있던 1985년 12대 총선에서는 부산 시민들은 6개 선거구 가운데 3곳에서 야당만 두 명씩 동반 당선시켰다.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소선거구제로 치러진 13대 총선에서는 한 곳만 빼고는 당시 야당인 통일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부산이 ‘여도’로 돌아선 것은 1990년 3당 합당을 하면서부터다. 이후 14·15·16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여당이 부산을 장악했다. 무려 26년 동안 여권지지세가 유지된 것이다.

일례로 2006년 지방선거 때 금정구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구의원 후보가 후보 등록 전 이미 사망해 선거운동을 한 차례도 하지 않고 당선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서부터 ‘야도 부산’의 명맥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였다.

당시 민주당 김영춘 후보의 양보로 야권 단일후보가 된 무소속의 오거돈 후보는 49.3%라는 득표율로 50.6%를 기록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를 압박했다. 이번 총선에서 18석 중 5석을 차지하면서 야도 부산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20대 총선에서 부산의 투표율은 55.4%로 대구 54.8% 다음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국 평균 58%보다 낮은 수치다. 전체 투표율이 낮아지고 청년 투표율은 상승한 것으로 볼 때 노·장년층의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했다. 19대 때 20%에 그쳤던 부산지역 야당 득표율은 20대 국회에서는 30∼40%대로 상승했다. 이 같은 민심 변화의 결정적 이유로는 경제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총선서 야권에 힘…26년 여권지지세 균열
'문재인 건재' 새누리 내년 대선 장담 못해


부산은 수출 부진에 내수 침체까지 장기화되면서 고용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은 고용 절벽이 심각한 상황이다. 동남지방통계청의 부산 고용 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부산지역 취업자는 16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청년 실업자는 3만4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000명 늘어났다. 이에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부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빠져 경기 회복의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3월31일 더민주 부산시의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는 경제선거”라며 박근혜정권의 3년간 경제 실정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부산의 정치를 독점해온 25년동안 부산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며 “지금 부산은 쇠퇴와 침체, 절망의 도시가 됐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부산은 400만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기준 350만명으로 줄어들었고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위상은 경제력에 있어 인천에게 위협받고 있다.

부산은 조선·해운업 등 부산경제를 지탱하던 업종이 부실화되면서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는 상황이다. 부산 시민은 이번 총선을 통해 뚜렷한 경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현 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신공항이 백지화되면서 민심은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모두 부산 출신이라는 점도 새누리당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문 전 대표는 "부산에서 국회의원 5명만 뽑아 주신다면 박근혜정부 임기 중에 신공항 착공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신공항은 백지화됐지만 국회의원 5석을 얻으면서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 호남에서는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던 문 전 대표가 부산에서는 나름 정치력을 발휘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부산의 6곳에 후보를 냈지만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당 투표에서 20.3%의 지지율을 얻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4월19일 “20대 총선에서 부산시민들이 20% 지지를 보낸 것은 선물이 아닌 숙제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껴 변화로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23일 부산상의에서 진행된 상공인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는 부산에 대한 러브콜 발언을 쏟아냈다. 안 전 대표는 “지금 부산 경제가 매우 어렵다”며 “부산이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업종과 함께 하면서 미래 일자리를 적극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국민의당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탈출구가 없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당초 새누리당 독주가 예상됐던 부산에서 더민주가 5석을 확보하면서 부산 정치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부산 출신 더민주 문 전 대표, 국민의당 안 전 대표 등의 향후 대권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hs@ilyosis.co.kr>


<기사 속 기사> 유신독재 내린 부마항쟁은?


부마항쟁은 1979년 부산과 마산에서 벌어진 유신독재 반대시위로 부산과 마산의 첫 글자를 따 명명했다. 유신 정부에 의해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총재직 정지 가처분과 의원직 박탈 등의 사건이 발생하자 야당과 국민의 불만이 고조됐다. 부산에서 1979년 10월16∼17일 이틀 동안 부산대와 동아대 학생 5000여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까지 합세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 박정희 정권은 경찰력으로는 도저히 사태를 진압할 수 없다고 판단해 18일 새벽 부산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공수단 병력을 투입해 시위 군중을 해산시켰다. 계엄령과 위수령 발동 후 부마사태는 단기간에 진압됐지만 그 뒤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박정희 대통령은 암살당했고 유신체제도 막을 내렸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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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끝난 ‘의정 갈등’ 퍼즐

1막 끝난 ‘의정 갈등’ 퍼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느 한쪽의 승리라고 하기엔 양측 모두 타격이 컸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확정됐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더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출구전략이라고 할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회유책, 의료계는 강경책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접점을 만들기 요원한 상태다.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났다. 정부와 의료계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나온 결과다. 의료계가 제기한 소송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준 뒤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초 인원보다는 줄었지만 증원을 이뤄내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4개월 만에 결론 났다 정부는 3058명인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하고 전국 40개 의대 중 서울지역을 제외한 경인권과 비수도권 32개 의대에 배분했다. 이른바 정부의 ‘의료개혁’ 시도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정부는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를 자율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들은 올해 입시서 증원분 2000명 중 1509명만 모집하기로 하고 지난해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해 변경사항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제출했다. 지난달 24일 대교협이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변경‧승인하면서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이로써 의대 정원은 의학전문대학원인 치의과대를 포함하면 4567명으로 늘게 됐다. 대입전형위원회 위원장인 오덕성 우송대 총장은 “교육부서 결정한 정원 조정 계획에 대해서 어떻게 (입학)사정을 시행할지 입학전형 방법에 대해서 논의한 것”이라며 “지역인재전형, 또 가급적이면 융통성 있게 학생을 뽑을 수 있는 방법 중심으로 각 대학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 전원 찬성하고 동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지난달 30일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을 안내했다. 정원 내 선발과 정원 외 선발을 모두 합쳐 4595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서울대와 중앙대서 2023학년도 2명이 추가 모집된 만큼 올해 감축했다. 교육부는 특정 학년도에 동점자 발생 등의 이유로 신입생이 추가 모집되면 다다음 학년도에 그만큼을 감축 선발하도록 정하고 있다. 27년 만에 의대 증원 내년 4565명 입학 예정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비수도권 대학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지역인재 선발 의무가 있는 비수도권 대학 26곳에서는 내년 대입서 총 1913명을 지역인재 전형으로 뽑는다. 이들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의 59.7%에 달하는 숫자다. 전년(1025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내년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 중 81%는 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논술 등 수시로, 19%는 정시로 뽑는다. 지난달 31일 각 대학이 내년도 입시모집 요강을 안내하면서 의대 증원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처음 언급한 이후 7개월, 실제 증원 규모를 발표한 2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그사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수했고 의료계는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 등의 방법으로 맞섰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등 현장에서는 의료 대란이 발생했다. 특히 중증 환자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복귀를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내왔다. 정부 차원서도 전공의 복귀를 위한 회유책을 제시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 ‘원점 재논의’ 등을 비롯한 7대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공의의 7대 요구안은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회장을 수장으로 내세우면서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갔다. 정부는 개원의 중심의 의협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의료계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 오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2000명보다 줄었지만… 이 과정서 의료계 내부서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정점에 치달은 시기는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결과를 두고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높아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마지막 관문, 의료계 입장에서는 최후의 보루였다.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 요건은 ▲원고 적격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등 3가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의대생이 입을 손해는 인정하면서도 증원을 멈출 경우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더욱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인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교수와 의대생 모두를 사건의 ‘제3자’로 판단하면서 원고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하지만 항고심인 서울고법 재판부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 등은 역시 제3자라는 이유로 신청을 각하했지만 의대 재학생 신청인의 원고 적격성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대 재학생 신청인의 신청은 헌법, 교육기본권,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상 의대생의 학습권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본다”면서도 “(이들에 대해)‘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또 의대생의 경우 의대 증원으로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의대 증원으로 의대생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의대생이 입을 수 있는 손해보다 의대 증원 집행을 정지했을 때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대한다고 본 것이다. 전공의 이탈 현장은 마비 이외에도 부산대 의대 전공의·학생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역시 각하됐다. 의료계서 정부의 결정을 멈춰달라며 1심 법원에 제기한 8개의 집행정지 신청의 결과는 모두 각하로 판결 난 것이다. 의료계는 1심 각하 처분에 불복해 모두 항고한 상태다. 법원의 결정은 정부의 의료개혁에 날개를 달아줬다. 문제는 의대 정원 증원 절차가 마무리된 것과는 별개로 의료계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대 A 교수는 “의정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출구를 아예 막아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의사들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해 왔다. 실제 전공의의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100일이 됐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20일 오전 6시를 기해 병원을 이탈했다. 전공의의 부재로 남아 있는 교수와 전임의 등이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담당했던 병원 59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모든 병원이 전공의 이탈 이후 응급실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인력을 갈아 넣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2월 이후 주간 평균 응급실 근무 인원(전문의)은 5.4명에서 1.8명으로 야간의 경우는 4.7명에서 1.6명으로 줄었다. 김 이사장은 “근무 인원이 2명 이내로 줄어들면 환자 10명당 중증환자가 1~2명 정도 유지된다고 했을 때 나머지 환자들은 진료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3월에 ‘응급실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성명을 냈는데 이렇게 갈아 넣으면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근무 인력 자체가 돌아올 기약이 없어 언제까지 사태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법원 쐐기 의료개혁 날개 의료계 반발 계속 평행선 전공의 이탈 여파가 더 크게 나타나는 곳은 의존도가 높은 대학병원이다. 말 그대로 ‘악화일로’ 상태다. 주요 병원들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대응 중이지만 줄도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수련병원에 건강보험 급여비를 미리 지급하는 등 숨통을 틔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급감하면서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빅5 등 상급 종합병원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곳에서는 하루에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악화는 의료인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행정직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일부 병원은 희망퇴직 절차까지 진행 중이다. 정부는 경영난을 겪는 병원의 신청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 급여비의 30%를 우선 지급하고 내년 1분기 이후 정산할 계획이다. 건보 급여비 선지급은 정산이 완료되기 전 일정 규모의 급여비를 우선 지급하고 추후 실제 발생한 급여비서 다시 정산하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당장 내달부터 건보 급여 선지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소는 아니더라도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여부는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미봉책 아닌 근본 변화해야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은 전공의 복귀가 진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A 교수는 “전공의는 개원을 한다든지 하는 일종의 퇴로가 있지만 정부는 없다”며 “의료현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대 증원 확정으로 의정 갈등의 1막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2막은 ‘멸망전’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타협점이 사라진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접어 들었다는 설명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