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대기업 돈사고 횡령왕 백태

“몇 년만 들어가 살면 다 내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대규모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임직원들에게 고액의 성과금을 지급해 비리의 온상 취급을 받던 대우조선해양이 이제 안팎으로 비판을 받는 상황이 됐다. 오너, 임원진이 아닌 ‘차장’이 수년간 저지른 비리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지난 17일 8년간 공금 180억여원을 빼돌린 대우조선해양 임모(46) 전 차장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 사건은 대중들로 하여금 기업들의 자금관리에 대한 안일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허술한 관리
새어나간 자금

어떻게 180억원이나 되는 사내 자금 횡령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러한 회사에 공적자금을 계속해서 투자해도 되는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임 전 차장은 기술자의 숙소 임대차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허위 계약을 통해 9억여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이처럼 재계의 부정, 비리는 끊이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자금이 사라지고 나서야 때 늦은 조취를 취하는 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삼성전자’ 대리급 직원이 100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도마에 올랐다. 삼성전자 경리부서에서 근무하던 대리 박모(30)씨는 자신이 속한 부서의 이점을 통해 은행전표 등 입출금 관련 서류를 위조해 자금을 몰래 빼돌려 개인적 용도로 대부분 탕진한 것이 드러났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뒤 계속해서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던 시기이기에 더 큰 논란으로 불거졌다. 박씨는 횡령한 돈을 '마카오 원정도박' '인터넷 도박' 등으로 대부분 탕진한 상태였다. 이 회장은 이후로 “회사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 문화가 훼손됐다”며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감사팀을 보강토록 했다.

임원도 아닌데…‘억’소리 나는 횡령·사기
간큰 실무자들 회사 공금 빼돌려 사적 유용

2009년 1890억원을 횡령한 간 큰 부장도 있다. 동아건설 재무경제과에서 근무하던 박모(48)씨는 2004년부터 4년간 하자보수보증금 명목으로 건설공제조합에 ‘질권설정’을 한 뒤, 예치한 통장에서 477억원을 빼냈다. 돈이 예치된 하나은행 차장 김모(49)씨는 박씨의 고등학교 선배로 서류상으로만 질권설정을 하고 전산에는 입력하지 않았다.

질권설정은 자기 또는 제삼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담보의 목적물을 채권자에게 제공하여 질권을 설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어 박씨는 2008년부터 예금청구서에 법인인감을 미리 찍어두는 수법으로 회사자금 523억원을 횡령하는 데 성공한다. 이는 고교 후배인 동아건설의 자금과장 유모(36)씨가 눈을 감아줘 가능했다. 박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회계법인의 감사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2013년 경남 통영시의 사량수협에서 있었던 횡령 사건도 볼만하다. 유통판매과에 과장으로 근무하던 안모(46)씨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00억여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안씨는 경남 사천, 전남, 여수 등지의 중간도매상들에게 마른멸치를 구매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구매대금을 송금한 뒤, 일정액을 다시 송금 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그의 범행은 사량수협이 미수금 현황을 파악하면서 드러났다. 안씨는 타 지역으로 출장을 나갈 때 외제차를 타고 다니다 사량도에 들어오면 국산 중고차로 바꿔 타는 등의 이중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 저지른 범행도 존재한다. 포스코건설의 현장채용 사무보조원 김모(34)씨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100억여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포스코건설은 김씨가 현장 직원 숙소를 임차했다고 허위 전표를 청구하면 본사는 확인 없이 전도금 통장으로 임차보증금을 보냈다. 현장 사무보조원은 전표를 작성하고 현장소장과 관리팀장의 내부 결재를 받은 후 청구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소장과 관리팀장은 김씨에게 결재를 할 수 있도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말단도 가능하다
직위 가리지 않아

내부 결재가 넘어가면 본사의 재무, 자금 부서에서 결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표가 오는 대로 돈을 입금한 것이다. 김씨는 그런 허술함을 이용해 허위 전표를 작성해 범행을 시작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기업이 발전할수록 부정, 비리 역시 함께 발달했고 제도의 허점 속에 자리를 잡아 왔다. 매번 ‘투명성’을 강조하는 국가기관 역시 횡령 건으로 얼룩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2년도에는 여수의 8급 공무원이 80억여원을 횡령하는 일도 있었다. 여수시청의 8급 기능직 공무원 김모(47)씨의 사건은 수사를 진행할수록 횡령액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검찰은 “횡령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향후 수사과정에서 1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횡령은 감사원이 세무서와 시청 회계정산 과정에서 잔고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해 감사에 나서면서 발견됐다. 김씨는 2007년부터 여수시청 회계과에서만 근무하면서 전체 직원의 근로소득세 일부를 빼돌리거나 직원 급여를 가로채는 수법 등으로 주머니를 불렸다. 당시 언론은 여수시의 허술한 재정관리를 지적했다. 여수시는 김씨가 퇴직했거나 전출된 동료의 명단을 파악해 가짜 급여계좌를 만든 뒤 제출한 직원들의 계좌번호만 보고 월급을 계속 송금했다.

동아건설 부장 1900억 역대 최고
대우조선 차장 180억 들고 튀어
보험왕 120억…수협 과장 100억

2015년 국세청 산하 직원이 환급금을 통해서 무려 107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횡령한 사건도 있다. 서인천세무서 재산범인납세과에 재직 중인 8급 국세공무원 최모 (33)조사관이 저지른 비리다. 최 조사관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인천 오류동 일대에 유령 무역업체 10여개를 세워 바지사장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이후 가짜 물품 거래 자료를 통해서 한 무역업체에 매입 실적을 몰아줬고, 국세청 홈페이지 홈택스를 통해 허위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다. 그는 발급받은 허위 전자세금계산서를 매입자료로 활용하여 총 9차례에 걸쳐 100억7000만원여의 부가세를 횡령했다. 최 조사관과 일당은 물건이나 2차 사업자의 경우 매출세액보다 매입세액이 많으면 그 차액인 부가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위 사건들은 재정관리의 허술함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범행을 저지른 이들은 실무자이기에 소속처의 빈틈을 쉽게 찾아 틈새 도둑질이 가능했다.

금융계도 마찬가지다. 2013년에 있던 국민은행의 '국민주택기금 약 100억원 횡령 건'은 국민은행의 신용도를 크게 떨어렸다. 이 사건은 국민은행 본점 신탁기금본부 직원들이 공모해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국민주택채권을 위조 후 판매하는 수법을 통해 돈을 빼돌린 사건이다.

수사 초기에는 신탁기금본부와 영업점 직원 3명의 범행으로 알려졌으나, 수사가 진행되며 범행에 관여한 이들이 10명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루된 직원 중에는 과거 감찰반에 근무했던 직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국민은행은 경영쇄신위원회를 만들어 불거진 문제점의 원인을 진단하고 쇄신책을 내 놓기로 했다.
 

2000년 울산종금 서울지부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이모(38)씨는 회사가 현대증권 MMF(머니마켓펀드)계좌에 맡겨놓은 100억여원의 자금을 2차례에 걸쳐 인출한 일도 있다. 이씨는 이 사실을 은닉하기 위해 현대증권이 울산종금에 제출하는 잔액 증명서를 중간에서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는 멍∼
금융업도 구멍


자금이 사라지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야 알게 되는 것은 기업뿐만이 아니다. 소위 ‘사기행위’에 애꿎은 돈을 투자하고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있다. 금융권의 전문적인 지식을 이용해 현혹하는 수법은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가 힘들다.

2012년 국내의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배모(37)씨의 행적을 보자. 그는 어느 정도 투자를 해 본 이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10년 전 배씨는 회사의 이름과 펀드매니저라는 신분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자신이 만든 가짜 펀드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8% 확정금리라는 미끼를 통해 배씨는 투자를 유치했다. 허황되게 많지도 않고 아까울 정도로 적지 않은 안정적인 금리에 자산가들은 주머니를 열었다. 한 투자자에게는 최대 23억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10년간 이루어지던 그의 횡령은 어떤 투자자가 은행에서 자신이 가입한 펀드를 자랑하면서 막을 내렸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품이라고 판단한 은행 창구 직원은 배씨의 회사에 문의 전화를 하게 된 것이다. 결국 배씨의 회사의 자체 조사로 인해 그가 판매하던 펀드가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배씨는 투자자 27명으로부터 200여차례 100억원 이상을 받아 횡령했다.

2011년에는 ‘보험왕 사건'이 있다. 사람간의 신뢰를 악용한 사례로 A생명보험사의 보험왕 출신 보험설계사 이모(47)씨가 벌인 행각이다. 동대문과 명동 일대 상인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환치기 비용 횡령건은 상인들의 이씨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됐다.

환치기는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의 계좌를 만든 뒤, 국내에서 의뢰인이 한화를 중개업자의 계좌에 입금하면 외국에 있는 자신의 계좌에서 그 나라의 화폐로 금액을 지불받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이다. 이씨는 상인들이 일하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10년간 매일 시장에서 고객관리를 하며 신뢰를 쌓았다.


상인들은 점차 이씨에게 마음을 열었고, 친인척처럼 따르기 시작했다. 범행은 그렇게 신뢰를 쌓은 뒤 2009년 일어났다. 이씨가 상인들에게 환치기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월 6%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속임수를 펼친 것이다. 이씨는 그렇게 100여명의 사람들에게 받은 약 117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한국은행 총재와의 친분이 있다는 거짓말로 사람들에게 접근한 40대 여성이 지난 9일 검거됐다. C(49)씨는 2009년 통영의 유명 학원 강사로 시작해 학원의 부원장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동료 강사와 학부모 등 주변 지인들에게 고가의 가방과 화장품 등을 선물하며 환심을 사며 친분을 쌓으며 사심을 드러냈다.

C씨는 지인들에게 “은행권 상위 1%의 VIP 고객 극소수만이 아는 투자방법이 있는데 원금 보장에 월 5%의 고수익 보장된다”며 투자를 권했다. C씨는 그렇게 지난 4월까지 7년간 지인 11명에게 269회에 걸쳐서 100억8200만원을 받아냈다. 투자금액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C씨의 사기행각이 밝혀지게 되었다. 경찰 조사결과 C씨는 피해자들에게 “서울 유명사립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은행 총재와도 친분이 있어 같이 밥을 먹는 사이다”라고 자신을 과시했지만, 이는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가상화폐를 통한 사기건도 눈길을 끈다. 문모(43)씨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경기도 안양에 무등록 다단계 업체를 차렸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본사에서 만든 가상화폐를 사면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였다. 가상화폐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반 화폐와 달리 컴퓨터 등에 정보 형태로 남아 사이버상으로만 거래되는 화폐를 뜻한다.

‘믿었는데…’
신뢰의 함정

가상화폐가 실질적인 금액으로 써의 가치를 지니려면 시중에서 현금 교환이 가능해야 하거나 발행업체가 가상화폐의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실질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문씨가 판매한 가상화폐는 현금으로 환전 할 수도 없고 시중에서 유통도 불가능한 가짜였다. 문씨는 가짜 가상화폐 판매를 통해 수백명으로부터 900차례에 걸쳐 모두 100억원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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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