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4) 권총 탈취

일본서 의기투합…계획대로 ‘척척’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새벽 2시 무렵 정동일이 어둠 속에서 오사카 미나미 경찰서 다까즈 파출소를 주시하고 있었다. 지난 저녁 무렵 활발하게 움직였던 파출소 내부의 움직임이 자정이 가까워지자 뜸해지기 시작했고 두 시경이 되자 적막감이 돌 정도로 한산했다.

그를 살피며 품속에서 검정색 마스크를 꺼내 쓰고 저만치 앞에, 역시 어둠속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차주선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서서히 파출소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 오사카 외곽 한적한 곳에 위치한 음식점 밀실에서 정동일이 차주선을 만났다. 이제 일본에서의 일을 서서히 정리해야 할 시점에서 최종 점검할 요량으로 동일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회합이었다.

“문석원의 심리상태는 문제없습니까?”

“얼마나 심하게 다루었든지 오줌까지 지렸다 합니다. 그 일로 풀은 죽었지만 앞으로 진행될 사건에 대해 체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동일이 가볍게 혀를 찼다.

“그렇다고 의지까지 꺾어버린 건 아니겠지요?”

“지금 그 부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정신 교육을 강화하고 또 스스로 비자를 발급받도록 했습니다.”

“비자야 제 손에서 처리하면 될 일이고. 그러면 이제는 권총만 준비하면 되겠습니다.”

“그 문제로 즉 총기 문제 때문에 저 역시 정 팀장을 만나보아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사유로…”

“그 일을 문석원에게 맡겨 보고픈 생각입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문석원의 정신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직접 권총을 구하도록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동일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가볍게 고개 저었다.

“문제 있습니까?”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말씀주시겠습니까?”

“먼저 문석원의 정신교육이 확고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입니다. 그런 경우 권총 탈취를 기회로 스스로 일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즉 그 과정에서 일부러 검거되어 사건에서 완전히 벗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주선이 가볍게 신음을 내뱉었다.

“다음은 문석원이 정말로 일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있을 경우입니다. 그런 경우라도 그 친구가 자력으로 권총을 탈취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직접 경찰서 혹은 파출소에 들어가서 탈취해야 하는데 그 친구에게 그게 가능하겠느냐 이겁니다. 아울러…”

“말씀하시지요.”

“차 사장, 우리가 원하는 건 프로가 아닙니다. 그저 일시적인 꼭두각시를 원할 뿐이지요.”

“하긴 그렇지요. 행여나 정말로 프로라면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요.”


“당연합니다. 그런 연유로 지금의 상태, 그저 객기만 앞세우는 20대 초반의 좀 덜 떨어진 상태를 유지함이 가장 이롭지요.”

“그러면 어떻게 처리하렵니까?”

“제가 움직여야지요.”

“정 팀장께서?”

주선이 마치 이외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왜요, 그러면 안 되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뭐 그런 일까지…”

동일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차 사장, 지금 이 일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떠나서 사장님과 제 운명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주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 사건에서 총기의 출처가 어디인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면 어디서…”

“차 사장께서 저를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그야 이를 말입니까.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오히려 제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었건만.”

차주선이 송구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손을 마주잡고 비벼댔다.

“네 일 내 일이 어디 있습니까. 여하튼 일전에 말씀하셨듯이 쇠뿔도 단김에 뽑으랬다고 이 자리를 파하고장소를 한번 물색해보지요.”

차주선이 잠시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어디로 정하려 합니까?”

“오사카에서 찾아보아야겠지요?”

파출소 잠입 총기 탈취 성공
의문점 남는 납치의 전말은?

“굳이 오사카에서 취하려는 데에는 그 사유가 있습니까?”

“어차피 문석원과 연계시키고자 한다면 오사카 지역이 알맞습니다. 다른 곳에서 일을 벌이면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반대로 생각했습니다만. 결국 그렇군요.”

“그래서 한번 차 사장과 함께 이곳에서 장소를 물색해보려 합니다.”

주선이 고개를 끄덕여 동조를 표했다. 이어 의기투합된 두 사람이 곧바로 자리를 파하고 차주선의 차에 올랐다.

“어디로 방향을 잡을까요?”

“문석원이 거주하는 곳이 오사카의 동쪽이니만큼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보지요.”

주선이 남쪽을 되뇌며 액셀을 밟았다.

“가급적이면 혼란한 곳 보다 한산한 곳이 좋을 터인데.”

“오히려 그 반대 아닙니까. 혼란한 틈을 타서.”

주선이 순간적으로 동일을 향해 고개 돌렸다.

“혼란스러우면 자신의 총기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지요. 행여나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니까요.”

주선이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살피던 동일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 일어났는지 한 방향을 주시하며 그리 차를 몰도록 주문했다.

“깜박했습니다. 마침 적당한 파출소가 있는데 그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디입니까?”

“다까즈 파출소라고, 일전에 일이 있어 들러봤는데 괜찮을 듯합니다. 일단 가서 한번 관찰해봅시다.”

주선이 동일이 일러주는 방향으로 핸들을 틀어 가기를 잠시 후 한적한 곳에 아담한 파출소가 시선에 들어왔다.

두 사람이 승용차 안에서 파출소와 주변 정경을 훑어보았다. 주변에 여러 가구가 배치되어 있건만 공허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한산해 보였다.

“역시 정 팀장의 안목에 감탄할 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잠입해서 권총을 탈취할 계획입니까?”

“이제 사장님과 함께 구상해봐야겠지요.”

동일이 파출소 후문으로 접근했을 시점에 주선이 당당하게 파출소 앞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어 근무 중인 경찰관 두 명과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살피던 동일이 품에서 만능열쇠를 꺼내 조심스럽게 문을 땄다.

발소리를 죽여 앞으로 나아가기를 잠시 저만치 앞에서 경찰들과 담소를 나누는 주선과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 눈빛을 교환하고는 동일이 다시 파출소 내 당직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칠흑의 어두움 속에서 숨소리만 흐릿하게 들리고 있었다.

이미 여러 번의 관찰을 통해 파출소 저녁 근무가 2인 2교대로 진행된다는 사실 그리고 전반 근무조는 열 두 시 이후 당직실에서 취침에 들어간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던 터였다. 하여 그 틈을 노리기로 하였고 행여나 근무조들이 인기척을 느낄까봐 주선으로 하여금 그들의 시선을 끌기로 했던 터였다.

당직실의 문을 닫은 동일이 볼펜처럼 생긴 초소형 손전등을 손으로 가리고 켜서 바닥을 향하도록 했다. 손바닥 사이로 흘러나오는 빛에 희미하게나마 방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멀지 않은 다다미에 두 사람이 누워 있었고 그들 바로 가까이에 있는 옷걸이에 권총 두 정이 사이좋게 걸려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흡사 뱀처럼 미끄러지듯이 다가선 동일이 걸려 있는 두 자루의 권총집을 풀어 역시 미끄러지듯이 방을 벗어나서는 문을 닫았다. 밖으로 나서자 주선이 아직도 경찰들과 즐거운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주선에게 눈짓을 주면서 신속하게 파출소를 벗어나 차로 이동했다. 오래지 않아 주선도 소기의 임무를 완수하고 차로 돌아왔다.

“천천히 움직이지요.”

동일의 제안에 주선이 이동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동일을 주시했다.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이리 쉽게 파출소에서 권총을 한 자루도 아닌 두 자루씩이나 훔쳐낼 수 있습니까?”

동일이 손에 들려 있는 권총을 미리 준비해간 가방에 넣으면서 미소를 건넸다.

“사실 이런 일은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일도 아닙니다.”

“하긴, 그러니까 백주에 도쿄 한복판에서 윤대중도 그렇게 감쪽같이 납치할 수 있었겠지요.”

“허허, 차 사장께서 너무 비약하십니다.”

“그러면 아닙니까? 윤대중을 납치한 일이 대한민국 중앙정보부의 작품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특히 정 팀장께서….”

주선이 은근히 목소리를 높이자 동일이 방금 나온 파출소를 주시했다.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니라고도 말씀 못 드립니다.”

동일이 말을 마치고 야릇한 미소를 짓자 주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음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