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국정원 대북정보력 논란

'헛다리' 정보당국 믿어도 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국가정보원은 지난 2월 개성공단 폐쇄 직후 리영길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종파분자로 지목돼 처형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그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것이 확인되면서 국정원의 대북정보력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정원은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배당받고 있지만 대북·해외정보 수집에서 ‘아마추어’ ‘흥신소 직원’ 수준이라는 비아냥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정원은 대북정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설익은 정보를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현재까지 국정원은 2008년께 김정일의 건강 이상과 2013년에 있었던 장성택의 실각 정도를 제외하면 잇따라 잘못된 발표를 내놨다. 국정원이 흘린 정보를 언론이 ‘받아쓰기’ 했다가 오보 낸 일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계속 헛발질

국정원은 지난 2010년 민간인 2명과 해병 2명이 사망한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를 예측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군 정보당국이 감청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국정원에 넘겼음에도 국정원 측은 이에 대비하지 못했다.

2011년엔 당시 후계자로 막 떠오른 김정은이 중국을 단독 방중한다는 발표를 냈으나 김정일이 직접 방중하면서 망신을 샀다. 같은해 12월엔 김정일 사망을 조선중앙TV가 공식 발표할 때까지 감지하지 못하면서 무능의 극치를 드러냈다. 사망 발표 당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 중이었다.

지난 2012년께에도 김정은이 리설주를 대동하고 나왔을 때까지 그의 결혼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복수의 전문가들은 리설주를 여동생 김여정으로 판단했을 정도였다. 김정일이 생전에 비밀리에 여러 명의 처를 뒀기 때문에 서방 지도자들처럼 공식적으로 부인을 대동한다는 것을 북한사회에선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같은해 12월 북한이 갑작스럽게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에도 그 전날까지 로켓이 해체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2014년 5월엔 처형됐다던 인민가수 현송월이 조선중앙TV에 나왔다. 전해 8월, <조선일보>는 현송월을 포함해 은하수관현악단 및 왕재산예술단원 9명이 음란물 제작·유통 혐의로 처형당했다고 보도했다. 직후 <아사히신문>까지 김정은이 리설주가 유사한 행위에 연루됐다는 소문을 막기 위해 처형을 지시한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신빙성을 더했다.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은 국정원도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국회에서 발언하면서 관련 보도를 부추겼다. 그러나 현송월은 지난해 말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에도 나타나 인터뷰에 응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해 4월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이 모스크바 전승절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다음 날 북한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망신을 당했다.

국정원은 북한 당군정의 동향이나 인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엔 핵심 측근의 한 사람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추방돼 지방의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다고 국회에서 보고했으나 올해 1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통상 혁명화 교육기간으로 2~3개월 정도면 매우 짧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가 평양에서 자숙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기도 했다. 최룡해 역시 이번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한 것이 확인되면서 신변이상설을 불식시키고 최측근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겸 화력지휘국장도 얼마 뒤 <노동신문>을 통해 등장했다.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시에도 미국과 일본은 핵실험을 사전에 인지한 반면 국정원은 그러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러한 국정원의 반복되는 ‘헛다리’는 근본적으로 북한체제의 폐쇄성 탓도 있겠으나 국정원의 대북정보력 부재에서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북전문가들은 국정원이 확보하고 있는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 인적 정보망)의 질과 양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정원과 군 정보당국은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자들로부터 동향을 청취하거나 중국 내 조선족, 탈북자, 한족 정보원, 북한 내 북한인으로 구성된 정보망을 통해 대북정보를 수집, 분석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북한인 휴민트를 구축하는 것에 크게 공을 들이지만 국경 밖에서 북한 내에 연계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대북정보 라인이 이명박정부를 거치며 완전히 붕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2009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부임 직후 대북전략국이 해체됐고 북한 전문요원이 크게 줄어드는 등 대북관련 업무가 홀대받았다.

국정원이 “2중 스파이여도 상관없다. 정보만 가져오라”고 요구하면서 정보원들이 사례를 목적으로 부정확하고 설익은 첩보를 넘기는 일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렇게 국정원 측이 조선족이나 탈북자 정보원이 주는 첩보를 오판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국정원 내부에 북한을 잘 아는 전문가가 적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집된 대북정보를 분석하고 대비하는 일도 허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리영길 처형 발표…노동당대회 등장
“1조원 예산이 아깝다” 흥신소 수준?

특히 이명박정권 들어 대북강경책 일로의 정책이 시행됐고 이에 따라 대북사업이 전면 중단된 영향도 크다. 믿을 만한 휴민트의 상당수는 그나마 북한을 드나들며 사업을 하는 기업인이나 상사원이었다. 소위 대북사업가들이 사업 협의 과정에서 북한 고위당국자를 만나 북한 내의 여러 소식을 청취했으나 대북 신규 사업이 모두 중지되면서 이러한 방식이 단절됐다. 이렇게 휴민트가 붕괴되면서 인공위성, 정찰기, 이지스함 등 첨단 장비를 통한 전자 정보 수집 체계인 ‘시진트(Sigint·signal intelligence)’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

그간 국정원이 내놓는 정보마다 ‘정국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것은 국정원이 오랫동안 본연의 임무는 제쳐두고 지나치게 정치화되면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과 무관치 않다. 국정원이 해외 정보수집엔 무능하고 정권의 안위 등 ‘정치공작’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덩치나 무제한의 권한에 비해 독자적인 해외정보 수집능력이 지극히 부족하다”며 “대북·해외·국내 정보수집을 독점하고, 기획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각급 정부부처와 기관들을 쥐락펴락하며, 대내 심리전을 빙자해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정치에 개입하는 등 불필요한 일에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은 인터넷 댓글을 통한 대선과 정치 개입 의혹에 휩싸였고 같은 해 6월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7월엔 이탈리아 해킹팀이 국정원 등 각국의 정보기관에 해킹프로그램을 대량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휴대전화 불법감청 및 해킹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수십 년간 민간인 사찰과 간첩 조작 의혹이 끊임없이 반복됐음에도 사이버테러방지법 법안 통과가 재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유우성씨 증거조작사건, 세월호 참사 개입, 어버이연합 게이트, 류경식당 집단 탈출 건 등 해외 정보 수집보다 국내정치에 집중해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정원을 개혁하기 위해선 수사 기능을 없애고 국내 파트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정치만 기웃?


익명을 원한 군 정보당국 전직 간부는 “정보기관 내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정보를 능숙하게 다루는 유능한 인사가 수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그동안 비 전문가인 정치인, 공무원, 정권실세의 측근이 수장으로 왔기 때문에 대북정보력이 점점 약화된 것이다. 국정원의 기관 출입도 철폐해야 한다. 선진국 중에 정보기관이 사회 각 기관에 출입하는 나라가 없다. 휴민트 강화와 대북·대외 정보 수집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바로세우고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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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